오늘로써 내가 가진 영문으로 된 글들을 모두 공개했다. 이제 그 노하우를 공유할 차례이다. 공개된 글은 모두 학문적 글쓰기 (academic writing)에 해당한다. 따라서 격식을 갖춘 글 (formal type)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그 아카데믹 글쓰기의 기본적인 규칙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아카데믹 글쓰기의 기본 규칙>
- Formal way: 축약형의 사용이 안된다. 예를 들면, they're 또는 can't와 같은 것은 they are 그리고 cannot으로 대체하여야 한다. 또한 영어 사전에서 'informal'이라고 표시된 단어의 사용은 안된다. 예를 들면, tummy를 쓰고 싶을 때는 stomach로 대체하여야 한다. 많이 하는 실수에 해당하는 but이나 and로 문장을 시작할 수 없다. but이나 and는 접두사가 아닌 접속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However나 Also 등의 접두사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로 바꿔야 한다.
- 레퍼런스 첨부: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엔 표절은 생소한 개념이었고 복사와 붙여 넣기가 난무하던 때였다. 지금은 대학 과제를 제출할 때도 표절 검사를 거쳐야만 한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턴잇인(Turn It In)이라는 툴을 이용했었는데 교수나 과제마다 달랐지만 대개 15%~20%가 커트라인이었다. 레퍼런스나 인텍스 싸이테이션 (In-text Citation)의 방법으로 인용한 출처를 밝혔을지라도 직접 인용이 아닌 경우에는 반드시 패러프레이징( Paraphrasing, 자기 말로 바꾸기)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용하고자 하는 자료에서 production이라는 단어를 썼다면 그걸 generation 등의 다른 명사로 바꾸거나 동사 produce를 이용해 문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용하고자 하는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수이며, 풍부한 어휘력 또한 요구된다. 이 부분은 근본적인 글쓰기 실력 향상 파트에 포함시키겠다. 레퍼런스를 올바르게 쓰는 방법은 기준이 많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스타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첨부한다.
APA 가이드라인:
Reference list - APA 6th Referencing Style Guide - Library Guides at AUT University (libguides.com)
여기서 잠깐 bibliography와 reference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면, bibliography는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접한 자료 목록에 해당하고, reference는 그 중 그 글에 직접 인용 또는 간접 인용된 자료 목록을 말한다.
3. 맞춤법이나 문법 오류 체크: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의 차이는 자주 쓰이는 표현이나 단어가 다른 것도 있지만
스펠링 자체가 다른 것도 자주 있다. 예를 들면, realize(미)와 realise(영)이 그것이다. 뉴질랜드는 영국 영어를 사용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아카데믹 글쓰기 역시 영국식 철자법을 따라야 했다. 문법 오류 체크 툴로 Grammarly 무료 판을 이용했는데 스펠링 에러는 물론이고 나의 숙적인 정관사와 부정관사 그리고 불가산 명사와 가산 명사 사용의 오류를 찾아내 준다.
<글쓰기 실력 향상 방법>
- 많이 읽기: 평소에 많이 읽고, 읽는 것을 즐겨라.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한 경우에는 심지어 따라 써본다. 눈으로만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학 과정에서나 회계학 과정에서 만났던 친구들 대다수가 글을 쓸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과 주제에 대한 견해가 없어서 글 쓰는 게 막막하다는 얘기를 했다. 뉴질랜드에서 외국인의 신분이라면 아이엘츠(IELTS)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아이엘츠 아카데믹 버전 롸이팅 시험이 하나는 그래프를 설명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간단히 제시된 주제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열거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다거나, 찬성인지 반대인지 의견을 피력한 후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글쓰기 자체의 어려움뿐 아니라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를 접하는 것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많이 읽다 보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생기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자료 찾기: 자료 찾기의 왕도는 없는 듯 하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자료들이 있다. 한도 끝도 없이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나는 기한을 정해놓고 자료를 찾는다. 예를 들어, 앞으로 일주일 간 자료를 찾겠다고 마음먹으면 일주일 동안 최대한 검색 실력을 발휘하여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모조리 찾는다. 일단 관련이 깊은 자료 하나만 찾으면, 그 자료의 레퍼런스 목록을 통하여 유용한 자료들을 줄줄이 찾는 행운이 있을 때도 있다.
- 구성하기: 나의 경우 주제가 정해져 있건, 자유 주제로 글쓰기를 하건 글의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자료를 찾지는 않는다. 일단 찾아낸 주제 관련 자료들을 모조리 꼼꼼히 읽는다.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기존의 내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일쑤이다. 나는 자료를 읽으면서 글의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다시 읽으면서 인용할 부분들을 표시한다. 표시한 부분들만 가지고 구조화를 해본다. 내가 정한 방향을 논리적이면서도 매끄럽게 설명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든다. 가장 단순한 구조인 Introduction, Body1, Body 2,..., Conclusion로 하는 경우 표시한 부분들이 어느 파트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정해지면 맵핑하는 것과 같이 Intro- 표시 10, 표시 3 이런 식으로 메모해둔다. 만약 자료 중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읽고 또 읽는다. 계속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해도 안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 질문을 함과 동시에 스스로 이해가 될 때도 많다.
- 어휘 수집: 이 단계는 내가 빼먹지 않고 꼭 하는 단계이다. 아무리 평소에 어휘력이 좋다해도 해당 글쓰기를 준비하다 보면 같은 분야의 같은 주제의 글들만 보기 때문에 어휘가 그 안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3단계가 끝나고 나면 머리도 식힐 겸 색다른 분야의 전혀 다른 장르의 글을 짧게라도 읽는다. 예를 들어, 세법과 관련된 글을 준비하고 있다면 비즈니스 잡지를 본다거나, 미술 관련 서적의 서문 부분을 읽는 것이다. 단,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 구조나 평소에 자주 쓰지 않았던 단어나 표현을 발견하면 단어장에 적어둔다. 그 리스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패러프레이징에 유용하니 본격적인 글쓰기 전에 짬 날 때마다 한 단락이라도 읽기를 권한다. 하나의 글을 완성 하기까지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의 80% 정도를 본격적인 글쓰기를 하기 전인 1~4 단계에 쏟는다. 그래서 4단계까지 마치고 나면 마감 스트레스는 한결 줄어든다.
- 글쓰기: 단어 수집도 끝났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쓴다. 이미 구조화된 노트에 맵핑해 놓은 자료가 있으니 해당 부분만 다시 읽으면서 패러프레이징 하면서 초벌로 쭉 써본다. 순서대로 쓰기 보다는 쓰기 편한 부분부터 골라 쓴다. 나의 경우 인트로의 첫 문장과 결론의 가장 마지막 문장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어서 2단계 자료 찾기 단계에서부터 미리 고민을 시작한다. 만약 3단계 구성하기에서 글의 방향이나 나의 견해가 확정이 안되었다면, 바디 부분을 먼저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디를 쓰다 보면 거꾸로 방향이나 나의 견해에 대한 답이 나오기도 한다. 그 뒤에 바디의 방향에 맞추어 서론을 쓸 수 있게 되어 서론에서 본문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보이게 된다. 아카데믹 글쓰기의 경우 결론의 구조는 뻔해서 글의 주제 (thesis)를 한 번 더 명시하고 본문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고, 필요한 경우 자신의 견해를 덧붙이면 일관성을 갖춘 글로 보이는 것에 성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은 문장이나 열린 문장으로 마무리하면 금상첨화이다.
- 다듬기: 이제 초벌이 완성되었다. 자, 그 다음 할 일은 어휘를 수집한 노트를 펴는 것이다. 그 노트에 적힌 표현들을 다시 한번 쭉 훑어보면서 내가 쓴 글의 표현과 대체할 만한 것이 있는지 검토한다. 사용한 경우 X (크로스) 표시를 하여 되도록이면 노트에 있는 단어들로 모두 대체하려고 노력한다. 앞의 5단계가 논리와 일관성을 위한 단계라며, 6단계는 독창적인 색깔을 입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 교정하기: 드디어 완성된 글을 읽고 또 읽는다. 앞뒤가 안 맞거나,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겠다면 만족스러워질때까지 고친다. 그리고 마지막 맞춤법 검사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주변의 원어민에게 읽어봐 달라고 부탁한다. 내가 보기에는 문법적으로 틀린 데가 없고, Grammarly도 별다른 언급이 없이 넘어갔더라도 원어민이 보기에 어색한 표현이 있다. 왜 어색하냐고 물어봐도 답변은 '그냥 어색하다'여서 이 부분은 아직 내 스스로 극복하기에는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다.
나도 뉴질랜드에 오기 전 아이엘츠 시험을 본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영어를 꽤 하는 줄로 알고 있었다. 스피킹과 롸이팅 시험을 치르면서 알았다. 내가 밑바닥 수준이라는 것을. 점수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부랴부랴 원어민 선생님을 구해 네 번의 첨삭 지도를 받았다. 결과는 4.5점에서 5점으로 상승한 정도였다. 결국 아이엘츠 점수 때문에 회계학 과정 시작 전에 어학원에 들어가야만 했다. 영문 글쓰기에 올린 글들은 어학원 과정 1년과 회계학 과정 1년 간 제출한 과제들이었다. 가장 처음 올린 글과 가장 마지막에 올린 글의 수준 차이를 보면 나의 글쓰기 실력이 2년 간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팁을 공유한 것이다. 뉴질랜드에 온 후로는 아이엘츠 시험을 다시 본 적은 없지만 롸이팅은 7.0점이 나오지 않을까 추측한다. 어학 과정의 두 번째 학기는 어학원의 마지막 레벨에 있었는데 그 과정은 간호학에 진학할 학생들이 모이는 어학 최고 단계였다. 간호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아이엘츠 이치 밴드 7점이 필요 (네 개 영역 모두 7.0점, 오버올 7.0 이상 획득)하다. 하지만 그 어학 과정을 통과하면 아이엘츠 점수 제출을 면제받을 수 있다. 몇십 년 살아서 말하기로는 원어민 같아 보이는 사람도 롸이팅에서 7점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이다. 이미 한 학기 동안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그 과정에서 나의 글은 탑으로 뽑히곤 했다. 게다가 마지막 롸이팅 시험에서는 'What a great piece!'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첫 삽 뜨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떤 토픽에서도 쓸 수 있는 아주 제너럴 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준비해 갔던 것이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은 비결이었다. 따라서 내 영문 글쓰기를 보고 나도 이 정도는 한다 싶은 분들은 자부심을 가지시라.
영문 글쓰기 방법 뿐 아니라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한 내용은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한 고찰 - 수줍음이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tistory.com) 를 참조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