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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가지 생각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진짜 나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들을 이용하고 있다. 우선 명상을 처음 알게 된 나는 지금도 잘 안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명상을 해오고 있다. 그 명상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지금 이 순간, 이 몸 안에 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뭔가는 내 몸 밖으로 나가 저 먼 곳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까지도 알게 됐다. 그 뭔가는 진짜 나인 것으로 추측된다. 명상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마인드풀 tv」의 동영상들을 열심히 시청했더니 관련 채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관심을 끌었다. 그리하여 내 관심 영역은 양자물리학과 인류의 기원, 신과 우주로까지 확장되었다. 이 채널들의 유튜버들은 각각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 주지만 그들이 보고 있는 것,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모두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와 불교가 어쩌면 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진짜 나를 알기 위해 매일 하고 있는 또 다른 루틴은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저는 매일 감사일기를 써요.'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여러 유명 인사들로부터 들은 바 있었다. 2020년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때와는 달랐다. 그냥 흘려들어지지 않았다. 나는 당장 노트 한 권을 준비했고, 한 페이지를 1. 확언(A), 2. 감사일기(T), 3. 오늘 꼭 하고 싶은 일(W)로 채웠다. '확언' 란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미 이뤘다고 생각하면서 그 기쁜 마음을 담아 적어보는 란이다. 다음 '감사일기' 부분에는 당장 생각 나는 감사한 것 세 가지를 적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 꼭 하고 싶은 일'을 적는다. 확언에 대해서는 아직 결과물을 얻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를 알 수 없지만 오늘 꼭 하고 싶은 일을 적고 그걸 하면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매일 한 가지씩은 하고 있다는 만족감에 매일 흐뭇하게 잠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일기의 효과는 아주 놀라웠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걸 이미 알고도 있었고,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뉴질랜드에 온 이후로 '내'가 늘 불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아이들에 대한 불만으로 번져갔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감사한 일들을 떠올리며 적는 것으로 인해 나는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해서 눈물을 글썽인 적도 많았다. 갑자기 온 세상이 예뻐 보였다. 감사하기의 힘이었다.

 

 감사하기의 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삼일천하 사건 (이전 글 관련)으로 인해 엄청 서러웠을 때 문득 이전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떠올랐다. 이전 직장에서의 사람들이 보여줬던 존중과 배려가 미친 듯이 감사했다. 뒤늦은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하여 차례로 몇 명의 동료들과 통화했다. 퇴사한 지 5년 만의, 너무도 늦은 감사였지만 내 마음은 뜨거워졌고, 심지어 이 뒤늦은 감사를 이끌어준 그 삼일천하 사건에 감사하기까지 했다. 아, 이러려고... 나는 비로소 그의 무례함을 용서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원망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내린 결론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에 있든, 뉴질랜드에 있든, 큰 회사에 있든, 집에 있든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진짜 나로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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