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꿈을 정말 많이 꿨다. 이건 진짜 잠잘 때 꾸는 꿈을 말한다. 꿈 중에서도 화장실 꿈을 정말 많이 꿨다. 너무도 이상하지 않은가? 화장실 꿈이라니... 그전까지는 화장실 꿈을 꿔본 적이 없었다. 내가 꿨던 화장실 꿈들은 이렇다. 화장실 꿈을 자주 꿨지만 매번 다른 상황이 연출되었으며, 꿈 초반에는 그게 화장실 꿈으로 연결될지 전혀 알 수 없도록 다른 설정으로 꿈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나는 꼭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 하게 된다.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 제야 그곳이 어딘지 꿈 속이나마 자각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화장실이 어디에 있을 거라는 추론을 하고 화장실로 향한다. 혹은 그곳이 낯선 곳이기 때문에 화장실이 어딘지 몰라서 헤매기도 하지만 결국 찾아낸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이다. 언제나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그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거나, 화장실 자체는 깔끔했는데 막상 변기에 앉고 보니 너무 더럽거나, 또는 찾아낸 화장실이 막힌 데 없이 뻥 뚫려 있는 오픈된 공간이거나 해서 꿈속의 나는 당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한 불은 꺼야겠기에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시도하면서 끙끙대며 꿈에서 깨어난다. 그 꿈들은 너무도 생생해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느낌,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는 다급함, 화장실을 첫 대면했을 때의 황당함, 애면글면할 때의 기분이 깨고 나서도 하루 종일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루는 하도 웃겨서 아이들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줘봤다. 평소 '똥'과 '방귀' 이야기를 좋아하던 우리 아이들이 깔깔 거리며 웃었다. 다음은 그 날 아이들에게 들려줬던 꿈 이야기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건너뛰시기를...
그날도 무얼 하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 졌다.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는데 두 개의 변기가 있었다.
하나는 푸세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양변기였다.
그런데 둘 다 너무 더러웠다.
푸세식은 발 디딜 곳을 모를 정도로 오물들로 뒤덮여 있었고, 양변기 또한 엉덩이 닿는 부분이 지저분해서 도저히 그곳에 앉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몹시 급하니까.
다른 화장실을 다시 찾아 나설 것인가, 여기서 해결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해결한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렇게 저렇게 다리를 벌려볼까, 아니면 변기가 아닌 다른 구석에서 실례를 할까?
이런 근심을 하다가 잠에서 깼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화장실 꿈이 너무도 이상해서 평소 취미에 없던 꿈풀이를 검색해 봤다. 참으로 많은 화장실 관련 꿈에 대한 해몽들이 있었다. 리스트의 길이가 제법 되는 그 화장실 꿈들 중에 최대한 내 것과 비슷한 것을 찾기 위해 훑어 내려가다 드디어 찾았다. 여러 루트를 통해 꿈풀이를 찾아봤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꾼 그 꿈의 풀이가 모두 같았다. 그 꿈의 의미는 '직장을 구하는 중', '어딘가 다른 자기 자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는 것'이라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그때의 나의 상황과 정확히 일치해서였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상황에서 그런 꿈을 자주 꾼다는 말인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꿈이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리얼리티 트랜서핑」에도 잠잘 때 꾸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많이 등장한다. 책 2권의 제1장 의도의 '꿈속에서 깨어있기'와 '꿈의 공간' 편에 의하면 이렇다. 꿈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답을 얻지 못했지만 꿈을 조정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꿈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또한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자면 꿈이 흥미로워지고 다채로워진다고도 했다. 저자는 꿈을 무의식이 만들어낸 상상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태(*) 모델 중 하나를 실제로 보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영혼이 생각과 어울리는 시나리오를 골라 잡아 보여주는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나의 화장실 꿈은 취업 스트레스에 꼭 걸맞은 시나리오였다는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 책은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꿈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서 이 모든 것들이 진리인 것인지, 주장일 뿐인지 내 이성으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어 나도 모르게 심각해지고 심지어 심란해져 있는데 소설 「달러 구트 꿈 백화점」이 내게 다가왔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던 시절 영상들이 머릿속에 그려져 '책에서 영상미를 보았네.' 했던 것처럼 「달러 구트 꿈 백화점」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모두가 잠든 후에 잠옷 바람으로 꿈 백화점에서 그 날 자신이 꿀 꿈을 선택하고 꿈을 꾼 후의 감정으로 그 꿈 값을 지불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아주 돋보이는 작품 덕분에 꿈 때문에 심각해졌던 나는 그저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꿈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고 있고, 많이 상상하고, 많이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일단은 만족하기로 했다.
(*) 가능태 개념은 저자가 책 「리얼리티 트랜서핑」을 통해 얘기하고자 하는 그 자체이다. 나로서는 간단히 정의할 방법이 없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접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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