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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가지 생각

(독서 후기) 셜록 홈즈 전집 중 1 다홍색 연구 & 2 네 사람의 서명 책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을 읽던 중 저자가 추리물을 좋아한다고 밝혔을 때야 문득 나도 왕년에 추리소설과 티비 시리즈 추리물을 곧잘 봤다는 것이 기억났다. 중학생이 되도록 독서가 뭔지 몰랐던 내가 얇은 괴도 루팡 소설책을 나도 모르게 몰입하여 단 한두 시간 안에 읽어치워 댔다. 같은 반 짝꿍이 괴도 루팡 전집을 몇십 권이나 가지고 있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빌려서 읽을 수 있었다. 그 뒤 셜록 홈즈 시리즈, 대학생이 되어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들에 파고들었다가 자연스레 시드니 셀던의 소설로 옮겨 갔었다. 그러다가 영국 BBC의 드라마 「제인 마플」의 할머니 탐정에게 푹 빠져서는 퇴근 후 아이를 재우고 나서 어두운 침대 방에서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새벽을 맞았던 그 며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 더보기
안녕, 뉴질랜드 애초에 잠시만 있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 주변에서 듣는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쓰는 돈이 많아질수록 영주권을 가져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취직, 취직. 오로지 취직만이 방법이었다. 그것으로부터의 좌절 후에 여기저기, 이것 저것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 블로그도 시작은 뉴질랜드였더랬다. 비슷한 시기에 브런치 작가 되기 신청을 위해 「안녕, 뉴질랜드」(https://brunch.co.kr/brunchbook/hibyenz)라는 에세이를 쓰고 있었고, 두 번의 실패 후 세 번째에서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실패 투성이었던 그 시절 브런치 작가 되기에서도 실패했을 때는 자존감이 바닥을 쳤었다. 그때 이미 나는 '하이, 뉴질랜드' 했던 부푼 기대에서 '바이, 뉴질랜드' 하고 미리 작별을 고했던 것 같다. 한.. 더보기
(독서 후기) 서유견문 - 유길준 II 눈여겨 볼만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붙인 태그들이다. 너무도 흥미로웠던 유길준의 「서유견문」(한양 출판, 1995년 출판)을 낱낱이 들여다보자. 1. 1889년 즈음 전 세계 인구는 약 13억 5,100만 명이었다. 2021년 6월 현재 약 78억 7,496만 명이라고 하니 132년만에 65억 명이 증가하였다. 아래 그래프에 따르면 1950년 이후에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 아래 작성된 표를 보면 인구 10억 명이 증가하는 데 걸린 기간이 점점 짧아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연수(*) 연도 인구 수(십억 명) 1889 1 38 1927 2 33 1960 3 14 1974 4 13 1987 5 12 1999 6 12 2011 7 10 2021 8 (*) 인구 10억 명이 증가하는 데 걸린 연수... 더보기
(독서 후기) 서유견문 -유길준 나는 어떤 경유로 가지고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던 이 책을 어째서 집어 들었던 것일까? 누군가의 손을 거쳤던 듯 몇 군데 하이라이트가 되어 있었다. '설마 내가 그랬을까?'라고 하기엔 그 울림이 너무 크고 새롭기만 하다. 1995년에 한양출판에서 발행된 이 책에는 유길준의 머리말에 앞서 옮긴이의 글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이미 나는 책 「서유견문」에 매료되었다. 옮긴 이의 글에 따르면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유학생이었던 유길준이 서양의 문물을 한국에 처음 소개했다는 것에 이미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이 책은 한국 최초의 국한문 혼용체 저술이라고 한다. 물론 조사 정도만이 한글이고 전부 한자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전부 한글로 옮겨 준 이가 있어야 나 같은 사람이 읽을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러.. 더보기
적당히 선서문 적당히 자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물 마시고, 적당히 커피 마시고, 적당히 생각하고,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고, 적당히 놀고,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웃고, 적당히 말하고, 적당히 솔직하고, 적당히 인정하고, 적당히 주고, 적당히 화내고, 적당히 슬픔도 표현하고, 적당히 꾸미고, 적당히 정리하고, 적당히 돌아다니고, 적당히 만나고,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장난도 치고, 적당히 안아주고, 적당히 안기기도 하고, 적당히 놓아주고, 적당히 기대고, 적당해 기대하고, 적당히 도전하고, 적당히 꿈꾸고, 적당히 고난도 만나고, 적당히 울기도 하고, 적당히 그리워하고, 적당히 사랑도 하면서 적당히 게으르며 적당히 이기적이게 적당히 하면서 적당히 할 것을 선언합니다. 아무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더보기
(독서 후기) 노란문이 있는 책방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도서관에서 빌려 와서는 단숨에 읽어버리는 흥미로운 광경을 보고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은 여러 저자들의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경기히든작가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들을 모아 출판한 것이다. 2017년부터 공모 사업이 계속되어 오고 있으며, 내가 읽은 책은 2020년도 제4회 공모전에 당선되어 '꿈꾸는 별'에서 발행한 「노란문이 있는 책방」이었다. 관심이 각별해져 '꿈꾸는 별'을 검색해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책방(방문했던 어떤 블로거의 글 https://blog.naver.com/godclue/222473404893)이었다. 2020년에 발행된 따끈따끈한 한국어 책이 뉴질랜드의 한 작은 지방의 도서관에 오게 된 것은.. 더보기
(독서후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오랜만에 한국어 소설을 읽었다. 여기, 뉴질랜드의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읽기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의 형식이 독특했다. 대화체가 지문에 섞여서 표현되어 있어서 따라가기 어려웠다. 그러다 작가가 누구지 하는 생각에 앞뒤 표지를 살폈다. 그의 저서 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눈길이 머물렀고 한 친구가 떠올랐다. 까마득히 오래전에 그 친구가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나에게 추천했기 때문이다(이제 보니 표절 논란이 있어 유감이지만). 워낙 말수가 적은 친구이고, 책을 나에게 추천한 것은 그것이 유일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그 덕에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계속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의 적응력은 참으로 빨라 독특해서 읽기에 방.. 더보기
(독서후기) 셰익스피어 희곡 읽기 또 한 권의 오래된 책을 읽었다. 셰익스피어 단편들을 읽었으니까 오래된 고전을 읽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1984년 초판, 1985년의 제9판 발행본을 읽었으니 책 자체가 퀴퀴한 냄새가 나도록 오래되었다는 뜻이었다. 셰익스피어 단편집 안에는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 밤의 꿈」, 「헛소동」, 「십이야」, 「태풍」이 수록되어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없었다. 이 책에서 세 가지 매력을 발견하였는데 첫째는 오래된 출판물을 읽는 것으로부터 말투와 글투의 시대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고전을 읽는 것으로부터 한국이 조선시대였을 당시 영국의 시대상(물론 희곡은 허구이지만 당연히 당시의 현실감을 살렸을 것이다.)을 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고, 셋째는 셰익스피어의 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