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른 이유로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다른 목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던 첫 번째 이유는 너저분해 보이는 것들을 깔끔하게 보이게 하고 싶었다. 그러면 내 머리 상태도 깔끔하게 정리될 것만 같았다. 그런 이유로 미니멀리즘을 시작했지만 그 후로 미니멀 라이프의 효과를 톡톡히 본 당사자(이전 글 참조.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생기는 일」 https://itsokay.tistory.com/18)로서 미니멀리즘을 지속하는 목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아끼기'이다. 여기에서 내가 아끼는 것은 아주 포괄적이다. 우선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둘째, 나의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다. 셋째, 지구를 아끼기 위함이다. 즉, 이 세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나의 미니멀리즘은 버리는 것에 있지 않고, 사지 않는 것에 있다. 필요한 것은 산다. 단, 가능하면 지속 가능한 것을 사거나, 중고로 사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내가 이러한 단계의 미니멀리즘에 오게 된 것은 애초에 '버리기'를 했기 때문이다. 버리기를 통해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의 단계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버리면서 나는 슬프고 화가 났다. 이것들을 위해 나는 무수히 많은 나의 돈과 시간과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였으며, 더구나 버림으로써 지구를 또 아프게 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충격요법으로 아주 충분했다.
또 미니멀리스트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미니멀리즘을 행한다. 예를 들어 어떤 미니멀리스트는 이사 가듯이 모든 물건을 상자에 담아 놓은 뒤 필요한 것이 생길 때 상자에서 꺼내어 사용한다. 일정기간 이상 아예 뜯지도 않았던 상자는 정리한다. 또 그 유명한 콘도 마리처럼 한방에 끝내는 방식도 있다. 모든 옷을 꺼내 놓고, 세 파일(소유, 정리, 유보)로 구분하여 옷에 대한 생각을 정리함으로써 옷을 정리해낸다. 나의 방식은 부분적으로 조금씩 진행하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옷 몇 벌을 정리하고, 다음 주엔 주방용품에서 몇 가지를 정리하고, 그다음엔 육아용품 몇 가지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내 생활 속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줄일 게 많은 것으로 보아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깨닫게 해 준다. 더불어 미니멀리즘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오면서 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알게 될 때마다 놀랍다. 다음으로 내가 버리기 힘든 것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되도록 집안으로 새로 들이지 않기.
나는 버리기가 힘든 사람이기 때문에 애초에 새로 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전이나 가구와 같이 덩치가 큰 것들은 갑자기 필요해지는 경우가 드물다. 고장이 났다거나 새로 살림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고작일 것이다. 아마도 필요하기보다는 가지고 싶은 경우일 확률이 클 테고 말이다. 나는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인지, 가지고 싶은 것인지 생각해본다. 예를 들면, 토스터와 무선 청소기의 구입을 두고 남편과 설전을 벌인 일이 있다. 남편은 토스터와 무선 청소기가 없으므로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고, 있으면 편리해지므로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에게 토스터와 무선 청소기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았다. 나에게 '필요'란 없으면 안 되는 것이어야 했다. 토스터가 없다면 프라이팬에 빵을 구워 먹을 수 있고, 무선 청소기가 없다면 유선 청소기로 청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결국 남편은 두 가지 모두 사고야 말았다. 미니멀리즘과 관련하여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사실이다.).
소모품처럼 필수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경우에도 추후 버리는 것이 되도록이면 없는 것으로 사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우리집에서는 바디클렌저나 린스를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것들은 2~3개월마다 플라스틱 용기를 배출하기 때문에 2~3개월마다 나에게 버려야 하는 괴로움을 안겨 주었다. 최근까지 샴푸는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비누로 갈아탔다. 비누 하나로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는다. 머리를 비누로는 감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아무렇지 않다. 불편하지도, 머리카락이 이상해 지지도 않았다. 샤워 부스에 비누 하나만 놓여 있으니 청소하기도 편했다. 비누가 들어 있던 종이 상자만 분리수거 통에 넣으면 되니까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상자 하나에 비누가 세 개 들어 있는 것으로 구입하는 센스까지 생겼다.
나의 미니멀리즘은 메이크업 스타일에도 영향을 주었다. 색조는 워낙에도 잘 안했지만(잘 못해서) 스무 살 때부터 아이크림을 바르기 시작해서 기초 제품, 영양 제품은 꽉꽉 채워서 사용 중이었다. 마찬가지로 그 예쁜 용기들은 모두 쓰레기가 되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게 기초 제품, 영양 제품 하나씩을 줄여 나갔고, 지금은 놀랍게도 바디 겸용 페이스 오일 하나만 쓴다. 아이 크림을 안 쓴 지 5년 정도 되었지만 눈가 주름이 늘어난 것이 아이크림을 쓰지 않아서 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알 수 없다. 또 나이가 들어서 주름이 생기는 것이라면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또 당시 나는 비비크림을 열심히 바르고 다니고 있었는데 놀라웠던 것은 내가 메이크업을 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 아무도 몰라준다는 것이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메이크업을 안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나는 오일, 립스틱, 눈썹 뷰러로 메이크업을 마무리한다. 썬 스크린에 대해서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 썬 스크린을 발랐을 때 피부가 가렵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 대신 햇빛을 피하는 쪽으로 택했다.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쓰거나, 그늘에 있거나, 긴팔을 입거나 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주방용품의 경우에도 지속 가능한 것으로 구비한다. 코팅 팬의 경우 6개월을 주기로 바꿔줘야 하는 것이 아까웠다. 역시 돈과 시간과 지구가 말이다. 그래서 나의 조리도구는 전부 스테인레스 재질이다. 스테인레스 프라이팬의 사용이 정말 까다롭기는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금도 종종 실패하기도 하지만. 플라스틱 물통도 더 이상 사지 않는다. 스테인레스 물통을 처음 구입하여 연마제를 잘 없애고 하는 등의 최초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팔팔 끓는 물로도 세척할 수 있어서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
2. 버리기는 아깝지만 막상 입어지지는 않는 옷이나 물건
옷을 정리하기로 한 주간에 눈에 들어온 버리기는 아깝지만 막상 입어지지 않았던 옷이 있거나, 좀처럼 들지 않는 가방이 있다면, 몇 주를 두고 몇 번을 억지로라도 꾸역꾸역 입고, 들고 한다. '이건 진짜 나랑 안 어울려서 못 입어주겠다.', '이건 가방은 진짜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이 확 떨어지고 나면 아깝다는 생각 없이 시원하게 정리할 수 있다.
3. 추억이 담겨 있어서 버리지 못하는 옷이나 물건
나에게는 추억이 담겨 있어서 버리지 못하는 옷이나 물건이 많았다. 예를 들면, 친정 엄마가 처음으로 사주신 면접용 정장과 백이나 첫 월급을 받아 처음으로 산 '폴로 랄프로렌' 셔츠가 그랬다. 출산 후 체형의 변형으로 몸에 맞지 않은지 오래였지만 사연이 있는 것들이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내가 이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던 방법은 사진과 함께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친정 엄마가 사주 신 내 첫 정장인 경우라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여도 좋겠다. 당시의 소감과 감사하는 마음을 글로 남겨 놓으면 그 옷과 물건은 글과 함께 영원히 남을 것이다.
4. 아이들의 작품
우리 집 아이들의 작품은 매일매일 늘어난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의 공통 문제일 것 같다. 나는 이 작품들을 버리는 것이 힘들었다. 여기저기에 둔 채로 굴러 다니다가 어디 한 군데 찢어지기라도 하면 그때서야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버리곤 했었다. 그렇지만 온전한 작품은 나의 보물 상자와 아이들의 보물 상자에 넘쳐났다. 내가 아이들의 작품을 잘 보내주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2번과 3번을 섞어서 적용하는 것이었다. 질리도록 보되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사실 작품 사진만 남겨서는 소장 가치가 별로 없다. 아마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거나, 후에 한 번은 보더라도 작품의 의미를 알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작품을 걸어두고, 붙여두는 벽을 만들었다. 그 벽은 두 아이의 작품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 벽은 우리들의 주로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내가 아이들의 사진을 찍을 때 자연스럽게 배경이 되는 벽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작품은 아이들 사진의 배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작품이 생기면 전면에 배치하고 오래된 작품은 떼어 버린다. 이미 우리 추억 속에 많이 저장되었으니까.
5. 편지- 이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자칭 미니멀리스트라고 하고 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받은 편지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 편지들을 쓴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는 소중한 이들이며, 지금의 남편이 남자 친구였을 때 군인의 신분이었으므로 받았던 편지들까지 합치면 천 통은 넘을 것이다. 내가 이 편지들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가끔 꺼내어 읽어 보면 그 당시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 내 남편의 그 당시의 숨결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이것들을 모두 디지털화하는 수고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편지지를 접은 저마다의 독특한 방식이라든가, 접힌 편지지를 바스락 펴서 읽는 기분까지 디지털화할 수는 없기에 단념했다. 아마도 편지만큼은 앞으로도 끝내 버리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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